[일요서울/외고] 개헌에 발목 묶인 청와대, 왜
2018-02-08 12:17
(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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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헌, 공수처, MB 수사 지방선거 치르겠다는 청와대
- 유리한 지형도 스스로 포기하는 악수 될 수 있어

상식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 찬반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는 일정의 개헌안 통과는 이미 거의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그것이 지난 대선 각 정당의 대선공약이었다는 문제와, 특히 제 야당들이 미적대면서 시간을 보낸 결과라는 사실과는 별개로 그렇다.

이 경우 정부 여당이 임기 중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 정도가 공약의 취지를 살리는 방법이다. 이제 와서 공약대로 일정을 고수하려는 건 ‘번갯불에 콩 볶아 먹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그게 가능하려면 여야 합의 하에 한 가지 정도를 수정하는 ‘원포인트 개헌’이어야 될 텐데 지금 청와대가 하겠다는 일은 그것도 아니다. 촛불혁명의 취지를 구현하는 전방위적 개헌을 예고하고 있다. 남은 네 달 간 그 논의를 어떻게 던지고 국민 여론은 언제 수렴하고 여야 합의는 또 어찌 이끌어내서 개헌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1200억 원’보다는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신년사에서 "이번 기회를 놓치고 별도로 국민투표를 하려면 적어도 국민의 세금 1200억 원을 더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할 수 있는 지적이지만 한국 정도 규모의 나라에서 이 1200억 원이 30년 만에 이루어지는 전방위적 개헌 논의를 졸속으로 처리해야 할 만큼의 비용이라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효율성보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더 셈해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끌어안고 출범했다. 촛불혁명의 정신을 반영한다는 개헌을 속도전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자기모순이다. 신년사 이후 여야가 대승적으로 합의하여 개헌 논의에 나섰다면 몰랐겠지만 그새 또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순리를 따르지 않고 있다. 오는 2월 13일에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 사회 각계 위원 30여명이 참여하는 가칭 ‘국민개헌자문특별위원회’를 발족한다고 한다. 특위는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국민참여본부’를 꾸리겠다고 하는데, 2월 19일에 의겸수렴 위한 홈페이지 오픈, 2월 말에서 3월초까지 국민토론회와 여론조사 진행, 3월 중순 문 대통령에게 개헌안을 보고하는 일정을 예고했다.

의견 수렴의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여야 합의가 미진하니 청와대발 개헌안을 내겠다는 공고 이후, 어쨌든 다만 그렇게 해서는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국민 의견 수렴 창구를 만든 그림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같은 제도의 의미를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 매사 청와대가 다른 중간 단체들을 모두 건너뛰고 국민과 직접 얘기해서 담판 짓겠다는 태도를 보여도 곤란하다.

물론 야당 비판에도 문제는 있다. 자유한국당은 4년중임이 ‘제왕적 대통령’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말장난이다. 지방분권 개헌을 하면 당연히 대통령 권한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도 막강하지만 연방제 때문에 남미나 한국의 대통령보다 견제장치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간단한 이치다. 국민 여론상 내각제를 확실하게 밀지도 못할 거면서 임기 문제에 초점을 맞춰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한편 3월 중순까지 안을 만든다는 것은 그래야 그 후 여야 합의 기간을 거친 후 지방선거 동시 국민투표하는 개헌안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청와대가 개헌안을 제출할 경우 개헌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청와대가 개헌안을 주도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다. “만약 청와대가 개헌안을 낸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이번 임기 중에 국회 협조를 받은 개헌이 불가능할 것이다”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정공약 실행에
집착하는 청와대?

이쯤 되면 특정 공약을 그대로 실행하려는 집착이 너무 심한 상황이다. 왜 이러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다만 공약을 지키려는 ‘선의’라기엔 문제가 더 꼬일 것이 눈에 보인다. 그러면 의도한 일정대로 개헌안이 진행되면 좋지만 안 된다면 국민들이 ‘지난 대선 공약을 어긴 야당’을 지방선거에서 심판해 주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청와대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이렇게 되면 ‘선의’와 또 한번 맞물린다. 청와대가 공약을 지키려는 소신을 지키면, 설령 그것이 불발되더라도 국민들이 그 책임을 야당에게 물어줄 거라는 ‘소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정가에선 청와대와 친문 직계의원들이 개헌·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MB 수사 세 가지를 묶어 지방선거를 치르려고 한다는 얘기가 돈다.

되는 그림일까. 별로 좋지는 않다. 청와대는 핵심 지지층의 환호와 다수 국민들의 지지 여부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세 가지 문제 모두 사회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2년 차 기조라는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와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특히 지방선거는 지엽적이고 세세한 이슈들로 판이 흔들리는 특성이 있다. 가령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기대 이상의 선전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상급식 이슈였다.

홍준표 대표는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현재처럼 6개를 수성하면 성공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영남을 전부 방어하면 일단 5개다. 나머지 지역에서야 대체로 민주당이 유리하겠지만 정권 초 압도적인 여론을 그대로 끌고 가지 못하는 셈이다.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 진영의 단일화가 이번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암초도 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7대3으로 유리할 수 있는 지형을 스스로 6대4 정도로 바꾸는 형국이 되었다. 지지층의 염원과 다수 국민의 염원을 헷갈리기 시작된다면 이런 종류의 헛발질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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